1. 서론 – “나가라 했는데 안 나간다고요?”
퇴거불응죄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범죄입니다. 흔히 말하는 ‘안 나가고 버티는 행위’가 바로 이 범죄의 핵심입니다.
문제는 많은 분들이 “잠깐 머물렀을 뿐인데”, “내가 손님으로 왔는데 왜 죄가 되느냐”라는 식으로 가볍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퇴거불응죄는 형법상 명백한 주거침입 관련 범죄로서, 실제 형사처벌이 가능한 중대한 사안입니다.
2. 퇴거불응죄의 법적 정의
퇴거불응죄는 형법 제319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 또는 항공기, 점유하는 방실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도 응하지 아니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즉, 이미 들어간 시점에서 불법이 아니더라도, 정당한 퇴거 요구를 받은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나가지 않는다면 그 순간부터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3. 구성요건 – 어떤 경우에 성립할까?
퇴거불응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적법한 점유 공간이어야 함
‘주거’ 또는 ‘점유하는 장소’여야 합니다.
이는 개인의 집, 사무실, 점포, 숙박업소 객실 등 타인이 일정한 관리나 점유권을 행사하고 있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공공장소나 누구나 출입 가능한 공간에서는 퇴거불응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2) 정당한 퇴거 요구가 존재해야 함
점유자가 명확히 “나가달라”, “퇴거하라”는 의사를 표현해야 합니다.
이 요구가 구두, 문자, 행동 어떤 형태든 상관없지만, 요구가 있었다는 점이 증거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3) 요구 이후에도 버틴 행위가 있어야 함
퇴거 요구를 받고도 일정 시간 이상 머무른다면, 바로 퇴거불응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있다 나가려 했다”는 사유는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퇴거 요구 후 즉시 나가지 않고 10분가량 머물러도 죄가 인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4. 판례로 보는 퇴거불응죄의 판단 기준
구분 | 사례 | 법원 판단 |
술자리에서 다툼 후 나가지 않은 경우 | 지인의 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다툼이 발생했는데, 집주인이 “나가라”고 요구했음에도 나가지 않음 | 퇴거불응죄 인정 (대법원 판례 2012도13703) |
전세 계약 종료 후 계속 점유한 경우 | 계약기간 종료 후 임차인이 계속 점유 | 민사상 부당점유로는 문제되지만, ‘퇴거요구’가 명확히 있었다면 형사상 퇴거불응죄 성립 |
카페·식당 등에서 쫓겨난 경우 | 점주가 “손님 나가주세요” 했는데 나가지 않음 | 영업장도 ‘점유공간’이므로 퇴거불응죄 성립 가능 |
아파트 관리소 내 무단 체류 | 입주민 민원 후 나가지 않은 경우 | 공용공간은 경우에 따라 주거로 보지 않지만, 실질적 점유가 인정되면 처벌 가능 |
5. 퇴거불응죄와 주거침입죄의 차이
구분 | 주거침입죄 | 퇴거불응죄 |
행위 시점 | ‘들어가는 순간’ 불법 | ‘들어간 후 나가지 않는 행위’가 불법 |
구성요건 | 타인의 주거에 ‘침입’ | 정당한 퇴거 요구를 ‘거부’ |
처벌 |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
공통점 | 모두 주거의 평온 침해를 보호하는 범죄 | 모두 반의사불벌죄(고소 있어야 처벌 가능) |
결국 퇴거불응죄는 주거침입죄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이지만,
피해자가 고소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며, 전과기록이 남는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6. 처벌 수위 및 실제 양형 경향
퇴거불응죄는 법정형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다음의 사정을 고려하여 벌금형 또는 선고유예가 많이 이루어집니다.
감경 사유
- 퇴거 요구 직후 퇴거한 경우
- 별도의 폭행, 협박 등 부수행위가 없는 경우
- 초범 및 반성,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가중 사유
- 퇴거 요구를 수차례 무시하거나 장시간 점유한 경우
- 폭언, 협박, 폭행이 동반된 경우
- 피해자가 고령자,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
➡ 이러한 사유에 따라, 벌금 300만 원~700만 원 선의 약식명령이 가장 흔하며,
악질적인 경우에는 **실형(최대 1년)**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7. 수사 및 재판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해
- “원래 들어갈 때 허락받았으니 불법이 아니다”
→ 들어갈 때는 합법이더라도, 퇴거요구 후에는 법적 지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조금만 있다가 나가려고 했는데…”
→ 즉시 퇴거하지 않으면 ‘거부 의사’로 간주되어 성립합니다. - “경찰이 오면 나가면 되는 것 아닌가?”
→ 이미 범죄는 성립했기 때문에, 나간다고 해서 처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8. 대응방법 – 수사 초기부터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퇴거불응죄는 고의의 유무, 퇴거요구의 명확성, 체류시간 등 세부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수사기관 조사 시 아래와 같은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 퇴거요구의 명확성 확인
– 문자, 녹음, 목격자 진술 등으로 요구가 실제 있었는지 여부 확인 - 퇴거 불응의 고의성 부인
– “즉시 나가려 했으나 대화 정리 중이었다” 등 의도 부재 주장 -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 시도
– 반성문과 합의서 제출로 기소유예 또는 선처 가능 - 불필요한 진술 자제
– “잠깐 버틴 건 사실” 등 애매한 진술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
9. 결론 – 퇴거불응죄,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닙니다
퇴거불응죄는 “잠깐 있었을 뿐”이라 생각하는 순간, 형사사건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CCTV나 통화기록 등 객관적 증거가 남기 때문에, 수사단계에서의 부적절한 진술이 실형이나 전과로 이어질 위험도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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